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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 조화/국내2018_고창 우프여행

우프일기 - 3일째

by 소풍on밍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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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아직 더 잘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알람을 확인 후 6시에 일어났다.

묵고있는 방은 보일러가 없다. 전기장판의 따뜻한 온기가 미세하게나마 방에 퍼질만큼 작은 방이다. 이불 속에 있으면 등이 뜨끈해서 자주 몸을 뒤집게 된다. 씻을 때는 따뜻한 물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 작은 온수기계가 물을 데워줘야지만 조금 사용할 수 있다. 기계가 허락해야지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세게틀면 안된다. 너무 높은 온도로 올리면 안된다. 그러면 차단기가 내려간다. 다시 올리고 사용하면 되긴 하지만...밖은 춥다.





아침을 먹고 가축들 먹이를 준다. 매일 같은 일상이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강아지와 고양이, 닭들이 울어댄다. 먹이를 담은 외발수레를 끌고 돼지와 닭이 있는 우리로 들어갔다. 덩치가 아주 큰 돼지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달려오는데 하마터면 외발수레 중심을 잃을 뻔했다. 큰 돼지는 정말 컸다. 길에서 혼자 걷다가 마주치면 무서워서 굳어버릴 것 같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없이 밀집모자를 눌러쓰고 산양에게 갔다. 비를 싫어하는 산양들은 축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에 사료를 먹였다. 산양축사는 두개다. 건강한 산양이 있는 축사와 아픈 산양이 있는 축사를 따로 분리해 둔 것이다. 모기에 물려 병에 걸린 두마리의 아픈 산양이 있었다. 한마리는 척추아래 마비가 와서 뒷발을 끌고 다니고 있었으며 한마리는...누워있었다. 몸 전체가 마비된 것이다. 뿔을 끌어 물에 얼굴을 가져다주면 그제야 혀를 내밀어 마실 뿐이었다. 한달동안 그 상태로 살고 있다고 했다. 매우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다음 일과로 빨간고추를 땄다. 비가 많이 와서 비닐하우스안에서 작업했다. 내가 알고 있는건 ‘고추는 농약을 아주 많이 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끝에 농약이 몰려있다고 들었으며 먹을때는 떼고 먹었다. 하지만 여기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는 비료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일종의 자연농법으로 실험한 것이라고 했다. 비료를 줬을 때는 훨씬 키도 컸다고 했다. 빨간고추를 따기위해 하우스에 들어가니 키는 작았다. 하지만 고추가 제법 잘 매달려있었다. 관행농법에 비해 수확물이 적음에도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인 것이다.

우프를 소개하는 문구 중 [땅을 소유하지 않는 농부] 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소유하지 않고 빌려서 농사를 짓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핑을 하며 생각되는 것은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파헤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도 계속 이용될 수 있도록 훼손하지 않는 것’ 인 것 같다. 젋은 청년들이 해외에서 우핑을 하고 농장을 체험하며 만든 영화 ‘파밍보이즈’에 나오는 말 중 “페이백”이라는 표현이 있다. 돌려주라는 의미다. 지금 이용하는 땅을 자연에 그대로 돌려주라는 말이다.

내가 그렇게 땅과 자연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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