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프 (wwoof) 후기 ”
2018년 10월 24일 ~ 11월 3일까지 국내 농가에서 경험한 우프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즈음이었다. 유기농, 자연농이라는 용어를 듣고 소신껏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책 등을 통해 해외에서 우프 체험을 하며 그러한 가치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우프(wwoof)는 그 가치를 지속하고 있는 유기농가에서 6시간 정도의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체험프로그램이다.
가장 먼저 해외 우프에 관심을 가졌다. 대부분의 후기들은 해외 우프체험이었으며 언어도 배우며 농사일도 돕고 주말 자유시간에는 여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가 되지 않기에 금새 포기했다. 조금의 영어만 되었어도 시도해볼텐데 혹시라도 못 알아듣고 실수해서 농장에 폐를 끼칠까봐 도전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국내우프였다. 지인 중 한명은 “국내에도 우프가 있어?”라고 할 정도로 ‘우프’ 하면 ‘해외우프’를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행보다도, 언어를 배우는 것 보다도 ‘유기농가를 지속하는 가치’를 배우는 것이 중요했기에 소통이 되는 국내우프를 선택했다.
국내에도 우프코리아에 등록된 농가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경기도나 경상도 지역이었으며 전라도 지역은 한 군데 뿐이었다.
그 한 곳을 선택한 이유는 거리도 가까웠지만 산양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후에 산양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배워보고 싶었다.
“ JB_109 전라북도 / 새순농장 ”
올해 4월, 우프코리아에 등록했기에 농가를 선택 후 신청만 하면 되었다. 참고로 우프코리아에 게스트로 등록 하는 건 1년 / 5만원 회비가 있다.
2명이 함께 갈 때에는 각자 5만원씩 회비를 내야 한다.
우프체험 신청서를 작성하고 메일을 보낸지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호스트로부터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답장이 왔다. 무척 빠른 답장이었다.
보통 체험 1달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3주전쯤에 신청을 했다.
농장까지 이동은 개인 차로 하였으며 짐은 옷만 챙겼다. 그리고 첫날은 편한시간에 와도 좋다고 해서 점심 지나 도착했다.
입구로 마중 나온 호스트는 머물 숙소를 알려주었으며 10일동안 하게 될 간략한 업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일정이 겹친 다른 게스트는 없었으며 작은 방이지만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는 공간이 나의 숙소였다.
짐을 풀고 메인공간(식당이라고 불리는 넓은 공간)에서 호스트의 어머님과 아버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다.
첫 날은 농장소개를 듣고 가축들 밥을 주고 커다란 화덕난로를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농장은 정말 컸다. 2만평정도 되는 넓은 땅에서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짓고 계신것이었다.
가축은 강아지, 돼지, 닭, 토끼, 산양 등이 있었으며 농사는 무화과, 석류, 감, 고추 등 다양하게 짓고 계셨다.
처음으로 하는 우프체험이었으며 농장일이었기에 긴장되었다.
하지만 호스트와 호스트부모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식사를 제공해주실 때에도 입에 맞는지, 먹고 싶은 것이 뭔지도 물어봐 주시고 오후 자유시간에는 가볼만한 곳에 직접 데려다 주시거나 추천해주셨다.
참고로 업무는 7시부터 13시까지 진행하고 오후시간은 자유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시간 내내 일만 한 것은 아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일과시간에 진행되었으며 타이트하게 업무를 시키지 않아 주셨다.
보통 일과는 이랬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씻고 6시30분까지 메인식당에 갔다. 그곳에서 차려주신 밥을 먹고 7시부터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강아지, 돼지, 닭들에게 먹이를 준 뒤 산양우리로 가서 밥통 청소 후 먹이를 주었다. 산양 밥통을 청소하는 동안 40마리의 산양들은 자유롭게 방목하여 풀을 뜯어먹었다.
그렇게 가축들 먹이를 준 뒤 메인 식당에 와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감따기 또는 석류따기, 청소 등을 하고 12시 전으로 밥을 먹고 일과는 마무리되었다.
그후는 오롯이 자유시간이었는데 나는 가축들에게 먹이주는 것이 좋아서 저녁 먹이를 주는 5시에 일과를 진행했다. 요구하지 않으셨지만 가축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특히 산양들이 자유롭게 먹이를 먹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강아지나 닭은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산양은 쉽게 보지 못하는 가축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열심히 보았다.
자세히 보면 다들 입꼬리가 올라간 듯 웃고 있었다. 산양들의 먹이는 80%가 방목해서 뜯어먹는 풀이고 먹이고 20%는 사료였다.
산양들이 사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방목해서 먹이는 것 만으로는 양이 부족해보였다.
짧은 10일동안의 일정이었지만 여러가지 경험을 하였다.
첫번째는 30명이 넘는 단체 체험객이 오는 일정이었다. 정리와 청소를 계속했으며 당일에는 체험일정을 어떤식으로 진행하는지 가볍게 볼 수 있었다.
두번째는 돼지를 잡았다. 커다란 돼지를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도시에서만 살아왔기에 가축들과의 경험이 없었다. 강아지도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우프를 하면서 많은 가축들과 교감하고 돼지를 잡는 일도 해보았다.
세번째는 열매 수확이었다. 감, 석류, 꾸지뽕 등을 땄다. 여기서 이 농가만의 특색이 있었다. 보통 농장에는 감나무, 석류나무가 있는 주변에 풀들이 별로 없다.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농약을 뿌리기 때문이다. 또는 계속 뽑아준다. 하지만 이 곳은 유기농보다 더 친환경적인 자연농을 실험하고 있었기에 풀들이 무척이나 우거져있었다.
헤집고 지나가야 겨우 수확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유기농 또는 자연농을 하는 농가들은 초기에 주변으로부터 질타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농사를 몰라서 저렇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물론 수확량이 적고 상품성이 관행농법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속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지 않을 것 같아서 호스트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이 곳 농장을 운영하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셨다. 올해는 무화과 농사가 잘 돼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농장을 운영하는 초기에는 주변 농가에서 말들도 많았지만 계속 이어오고 있는 지금은 친환경적으로 하는 것을 다들 알기에 이곳 농산품을 더 좋아한다고 하셨다.
관행농법과 다르기에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통시킬 판로를 개척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셨다.
요즘은 사람들이 유기농먹거리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경쟁력이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이곳 농가는 1차 농산물로 판매도 하지만 식초나 잼등으로 가공하기도 하고 조만간 레스토랑도 운영할 계획이셨다.
또한 머무는 게스트에 대한 배려도 많으셔서 추후에는 게스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노천탕도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우프게스트, 체험객등을 위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았다.
우프체험을 하는 기간동안 호스트분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바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호스트 부모님께서 많이 챙겨주셨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가축들과 한데 뒤섞인 풀들이 인상깊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잠시 머무는 땅에 대한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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